(WIP) 인사이트가 넘쳐, 앞으로도 여러 번 읽어볼 지침서

지적자본론을 다시 읽고

2024-01-07

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는가

읽었던 책을 다시 읽을 때, 넓어진 시야와 다양한 경험 덕분에 그 당시에는 깨닫지 못했던 무언가가 떠오르는 법이다.
굉장히 조그마하고 들고 다니기 좋은 책이라 작년 말 대중교통을 탈 때 들고 다니며 짬짬이 읽었는데, 오늘에서야 2회독을 마칠 수 있었다.

이 책은 대도시와 지방 도시의 격차가 날이 갈수록 벌어지는 현대 사회에, 인구 5만 명 정도의 지방 자치 단체인 다케오 시의 '다케오 시립 도서관'이 연간 1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방문하도록 만들 수 있던 계기와, 그 공간 안에 담겨져 있는 창업자의 의도, 그리고 마인드셋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책을 읽고 느낀 점

  • 제품에서부터 시작해 플랫폼, 그리고 시 단위까지 '라이프 스타일에 관한 제안'을 할 수 있다는 관점이 인상 깊었다. 프로덕트를 만들 때 기능적 관점으로 필요하다, 필요하지 않다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이 기능이 고객에게 어떠한 삶의 변화를 줄 수 있을 것인가 생각하는 관점은, 앞으로 잊지 않고 계속 가져야 할 관점 중 하나라 생각한다.

프롤로그 - 지적자본의 시대로

'자유'는, 사유할 줄 있는 인간에게 주어지는 고차원적인 개념

p27. 본능이나 욕구에 현혹되지 않고 이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면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즉 무엇이 '의무'인지 자연스럽게 깨달을 수 있다. 그런 깨달음을 따르는 것이 자유다. 자신이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행위는 당연하면서도 어려운 일이다. 자유가 냉엄하다고 말하는 이유는 그런 의미에서다. 하지만 자신의 꿈에 다가가려면 자유로워져야 할 필요가 있다.

p22. 자유는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고 하고 싶지 않은 일은 그만둘 수 있다'라는 것입니다. ... 꿈을 이룬다는 의미의 성공을 위해 노력할 수 있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자유입니다.
회사에서의 자유를, 취업 규정이 없는 것이라거나 복장이 편한 것이라는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착각입니다. 그런 것들은 '자유'라는 단어를 적용시킬 가치가 없는 대상들이니까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미루고 누군가의 지시에 따라 주어진 일만 하는 것을 우리는 '부자유'라고 통상적으로 일컫기 때문에, 자유란 이에 반대되는 개념 - 즉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무엇을 행할지 선택하는 일련의 자세 - 라는 설명은 굉장히 흥미로운 관점이었다.
미디어에서는 자유를 직장, 학교 등 나를 속박하는 무언가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비추고, 대중들을 그 결과만 보고 이를 부러워하며 선망한다. 하지만 그 결과 - 내가 원하는 무언가 - 를 위해 계획을 세우고 한 발짝씩 나아가는 사람들은 사실 속박이라는 행위를 사유를 바탕으로 선택했다는 것에서부터 '자유롭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게 아닐까 싶다.
(사실 작가는 이보다 더 거시적인, 삶의 비전을 향해 달려가는 관점을 제시하고자 자유를 이야기한 것으로 예상된다.)

p20. 사실 자유롭게 존재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어렵고 힘들다. 관리받는 쪽이 훨씬 편하다. 그래서 부지불식간에 자신의 자유를 내던지고 관리받는 길을 선택하려 하는데, 그런 사원들에게 진정한 기획 능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나는 사원들에게 자유를 요구한다. ... 자신의 기획이 실현되었을 때의 감동은 그 정도로 거대한 것이다.

p18. 사람은 자칫 목적과 수단을 쉽게 착각하기 때문에 수단이 목적이 되어 버리는 경우를 흔히 찾아볼 수 있다. ... '보고 - 연락 - 상담'은 일을 원활하기 진행하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목적은 효과적인 기획을 낳는 것이지만 어느 틈엔가 그것이 역전되어 버린다. (...) 언뜻 똑똑하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이런 사원은 회사의 대들보를 위험하게 만드는 흰개미와 비슷한 존재다.

해답이 없는 일은 어렵다. 나에게 선택지가 주어지거나 업무에 대한 매뉴얼이 주어져 이를 얼마나 잘 따르는지가 고과 기준이 된다면, 해답이 있는 일이기 때문에 머리를 쓰지 않아도 되어 편하다. 하지만 이는 인간이 타 동물들과 달리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자별점인 '이성'을 사용하지 않는 것일 뿐더러, 기업의 존재 이유이자 셀링 포인트인 고객에게 가치를 준다는 이념에까지 영향이 가게 된다. 작가는 목적과 본질에 집중해 모두가 향해가야 하는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사유의 과정은 고통스럽지만 자신의 기획이 실현되었을 때의 감동은 거대하고 인생의 전환점이 된다. 내가 두고두고 정션이라는 해커톤을 기억하는 이유는, 주어진 것 하나 없는 상황에서 온전히 나의 자유로운 의지와 판단을 바탕으로 행사를 기획했고 사람들이 이에 만족감을 느꼈기 때문이 아닐까.

기 - 디자이너만이 살아남는다

'고객 가치'와 '라이프 스타일 제안', 기업이 디자이너 집단이 되기 위해 필요한 두 가지 단순하지만 중심적 철학

p12. 대부분의 경우, 고객이 가치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그것이 세계 최초인가, 하는 점보다는 자신에게 얼마나 쾌적한 것인가, 하는 점이다. '세계 최초'이지만 주변에 그 상품을 사용하는 사람이 없어 스스로 두꺼운 매뉴얼을 살펴보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고객은 그것을 기쁘게 받아들일까. 그런 것을 고객 가치가 높은 상품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p45. 기획의 가치란 '그 기획이 고객 가치를 높일 수 있는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p46. 고객 가치를 높일 수 있다면 영업적인 측면에서 어려움이 증가하더라도 그것을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기업은 고객 중심적이어야 한다 모두가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실천하는 곳은 많지 않다. 이를 파악해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프로덕트를 처음 사용하는 고객이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는가라 생각한다. 기획자의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는 고객들의 예외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QA 테스트를 하지만, 사실은 고객들이 그렇게 움직이는 본질적인 이유를 찾고 이를 개선해야 한다. 더불어, 지속적으로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가 파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마스다 무네아키는 고객이 서점을 이용하는 데에 있어 '고객은 특정한 책이 아닌 특정한 내용을 찾고 싶어한다'는 인사이트를 얻었고, 고객이 원하는 책이 어디에 있는지 파악할 수 있도록 기존의 도서십진분류표가 아닌 츠타야 서점만의 분류 체계를 만들었다고 한다. 고객이 원하는 본질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있는가, 애초에 그 전에 파악하려는 시도를 했는가. 의심하고 또 행동해야 한다.

p49. 플랫폼은 수없이 많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것들은 단순히 '선택하는 장소'일 뿐, 플랫폼에서 실제로 선택을 수행하는 사람은 고객이다. 그렇다면, 플랫폼 다음으로 고객이 인정해줄 만한 것은 '선택하는 기술'이 아닐까. 각각의 고객에게 높은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상품을 찾아 주고, 선택해 주고, 제안해 주는 사람. 그것이 서드 스테이지에서는 매우 중요한 고객 가치를 낳을 수 있으며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게 해 주는 자원이다.

p50. 우수한 디자인은 라이프 스타일에 관한 제안을 내포하고, 표현까지 되어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밀봉성이 높은 세련된 텀블러글라스라면 그것을 선택한 사람에게 아웃도어 라이프를 즐기는 계기를 만들어 줄 수 있어야 하고, 섬세한 의장이 들어간 와인글라스라면 때때로 양질의 와인을 즐길 수 있는 여유를 가지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p52. '라이프 스타일 제안'이라는 이념을 MPS (multi-package store)라는 형태로 가시화하는 작업, 이것 역시 디자인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형태를 부여한다는, 그야말로 디자인의 본질을 이끌어 내는 여정이다. 그리고 이것은 당연히 지적 활동이다. 그렇기 때문에 앞에서 예로 든 '모든 기업은 디자이너 집단이 되어야 한다.'라는 테제에는, 장차 기업에 그런 지적인 작업을 실행하기 위한 환경이 얼마나 잘 갖추어져 있는가 하는 점이 매우 중요하다는 내용이 암시돼 있다. ... 지적자본이 얼마나 축적되어 있는가, 하는 것이 그 회사의 사활을 결정한다.

지적자본론을 읽으며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이 이 '제안'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평균적인 삶의 수준이 올라가고 플랫폼의 종류도 다양해지며, 사람들은 생활에 필요한 필수적인 물품만을 구입하기 보다 이제 나의 삶을 빛내줄 수 있는 물품들을 구매할 여력과 생각이 있다는 것이다. 29cm과 같은 큐레이션 플랫폼이 생각났고, 왜 기업들이 제품의 품질 뿐만 아니라 브랜딩까지 신경쓰는지 다시끔 느낄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물품이 아닌 어플리케이션의 경우에도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고 있다. 컬리의 경우에도 새벽 배송을 강조하지만서도 새벽 배송을 통해 신선한 재료를 바탕으로 한 이색적인 식사를 집에서 조리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추천하고 있다. 앞으로 새로운 어플리케이션을 만들게 된다면, '이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내가 선망하는 이러한 라이프 스타일을 얻을 수 있다'는 관점으로 마케팅을 진행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p42. 상품의 디자인을 '부가' 가치라고 포착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인식이다. ... 이제 상품의 디자인은 결코 덤에 비유할 수 없는 요소로서 본질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본질적 가치다.

p50. 제안은 가시화될 때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 디자인, 그러니까 제안을 가시화하는 능력이 없다면, 또 디자이너가 되지 못하면 고객 가치를 높이기는 어렵다.

p62. 앞으로 비즈니스맨에게 제품 디자인 등에 관한 감각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될 것이다. 따라서 디자인을 음미하고 곱씹어 볼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을 쏟아야 한다.

그리고 그 제안을 위해서는 '디자인'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디자인을 직접 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보다는, 어떠한 본질과 관점을 가지고 있고 만들어진 시각적 디자인이 이를 담고 있는가 파악할 수 있는 시각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새로운 도전을 하는 사람들을 위한 커뮤니티가 필요하다

p56. 이제는 도시에 클라우드 발상을 도입해야 한다. 각 도시에서 동시에 병행적으로 발생하는 가시화된 제안을 서로 연결해 도시 전체의 힘을 구성해 가는 구조. 이제 도시는 그 구조를 실현하기 위한 장소를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 디자이너들이 서로 격려하면서 하나의 미래상을 향해 창조성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장소가 준비되어 있는가, 하는 것이 도시의 부침과 직결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기업이라는 아닌 도시 관점에서 이러한 사고를 바탕으로 기획 및 실현시키고 있다니, 다케오 시의 시장의 사고가 열려 있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아 보여 대단하고 감탄스러웠다. 우리나라 또한 도시로의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어 도시의 관점에서 인구의 quantity가 아닌 quality를 높여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데, 이를 위해서는 도시가 진행하지 않는 파괴적 혁신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승 - 책이 혁명을 일으킨다

전 - 사실 꿈만이 이루어진다

결 - 회사의 형태는 메시지다

에필로그 - 부산물이 행복감을 낳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