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15개월 동안 다니며 얻는 점, 아쉬운 점, 그리고 불안한 점

삶을 잘 살아가고 있는지 정리해보자

2023-04-19

회사를 통해 얻고 있는 점

첫 정규직 노동을 통한 적지 않은 소득

개발자, 그 중에서도 '데이터 엔지니어'라는 직종을 선택한 이유는 여러 가지다.

  • 알파고, 스타트업 열풍, 그리고 코로나 특수로 인한 IT 업계의 부상까지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개발자는 시장에서 상대적 우위를 갖추고 있었고 이로 인해 IT 기업들 간의 연봉 경쟁이 심화되는 시점이었다.
  • 이전의 창업 경험을 통해 '개발에 대한 감이 없어 개발자와의 소통이 어렵다'는 스스로에 대한 아쉬움이 존재했다.
  • 고등학생 때부터 코딩 (코딩을 C 언어로 처음 접했다..!) 으로 인해 개발자라는 직업에 대해 심리적 거부감이 덜한 것도 사실이었다.

창업을 정리하고 지니고 있는 다양한 소프트 / 하드 스킬들을 바탕으로 지원할 수 있는 직종들을 나열하며 앞으로의 커리어에 대해 고민했고, 대학교를 다니며 데이터베이스 설계에 대한 감이 높다는 것을 파악했기에 나의 현 상황에서 데이터 엔지니어는 최적의 선택이 아닐까 판단했다. 다행히 면접관 분들께서 좋게 봐주셔 짧은 시간에 취업에 성공했고, 현재는 대기업 IT 회사의 데이터 엔지니어로 근무하고 있다.

실력을 갖춰나갈 주니어의 입장에서 적지 않은 연봉을 받는다는 것은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더군다나 회사에서 이것저것 챙겨주는 복지까지 '영끌'한다면, 사실 갖추고 있는 실력에 비해 과분한 연봉을 받고 있다 생각한다. (회사에게 충성충성..)

'꼼꼼하다'는 내 강점을 살리며 'specialized skill이 부족하다'는 약점을 더 키울 수 있는 기회

  • 잘 짜여진 코드들을 보고 배울 수 있고, 코드 리뷰에 꽤나 진심이며, 다들 나보다 꼼꼼하시다.
    • '개발을 잘한다'는 상태를 만족하기 위한 능력 중 하나는 발생하는 오류에 대한 원인을 파악하고 고치는 것, 즉 디버깅을 잘하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팀원들은 모두 이에 능하다.
    • 코드를 작성함에 있어서 컨벤션과 규칙의 중요성을 다들 안다. 어느 때는 '이 정도로 꼼꼼해야 하나'라 생각할 정도로 올바른 변수명을 짓는 것에 고민이 많으시다.
  • 데드라인에 매여 있지 않아, 상호 배타적이라 할 수 있는 시간과 퀄리티 중 퀄리티를 우선시할 수 있다.

소프트 스킬이 좋은, 능력이 뛰어난 팀과 동료들

  • 사람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없다. 대면으로 매일 마주치지 않아도 되서 그런지는 몰라도, 화면에서 비친 사람들의 성격에는 모난 점이 전혀 없다.
    • 최근 워크샵과 팀 내 회식 등으로 팀원들을 대면으로 마주칠 기회가 많은데, 실제로 볼 때에도 다들 성격이 좋으시고 조용조용 하시다. (사실 대부분이 Introvert 성향이라 그런듯)
  • 새로운 기술의 도입에 굉장히 열려 있는 팀이다.
    • 현재의 업무량을 유지하는 것에 집중을 하기보다는, 아키텍처나 기술을 계속 발전시키려는 시도가 보여져 좋다. 곁에서 많이 배우고 있다.
  • 영어로 소통하며 일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영어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에 감을 잃지 않는다.
    • 한국에서 운영하지 않는 서비스의 데이터를 담당하기 때문에 보통 Adhoc 요청이 일본이나 대만에서 오는데, 이 분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영어를 사용해야 한다.
    • 일부러 파파고 등의 통역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으려고 한다.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영어를 놓고 있지 않을 수 있다.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일할 수 있는 환경

  • 재택이 가능하다. 출퇴근 준비 및 이동 시간을 아낄 수 있어 시간을 알차게 쓸 수 있다.
    • '내 시간'을 많이 확보할 수 있어, 취미 생활과 운동, 사이드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
  • 앞서 말했듯이 데드라인이 매여 있지 않기 때문에, 퇴근 시간이 꽤나 자유롭다.

아쉬운 점

일에서의 재미와 성취감

  • 일에서의 재미가 그리 넘치지 않는다.
    • 다른 개발자 친구들에게 이에 대해 물어보니, 일이 그렇게 '재미있고 신나지는 않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 공통적으로 이야기한다. 그냥 해야 하는 일이니까 하는거지.. 의 느낌? '사이드 프로젝트가 재미있는 이유는, 내가 주로 해야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든 본업이 되면 재미있을 일은 적어질 것이다'라는 조언을 받기도 했다. 어떻게 사람이 재미있는 일만 하고 살 수 있는가, 그냥 지금의 시간을 버티는 힘을 기르는 시간으로 사용해야 하는건가 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덕업일치'라는 말도 존재하는데 왜 내가 버티는 힘을 굳이 길러야 하는가? 라는 생각도 문득 든다.
    • 나는 사람들이 나라는 사람으로 인해 (여기에는 내가 디자인한 프로덕트를 사용하는 것도 포함된다) 효용성이나 개선을 느낄 때 기분이 좋은데, 데이터 엔지니어라는 직무에서 이를 느끼기는 쉽지 않은 법이다.
  • 집중해 일하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
    • 재택의 단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회사에 출근했을 때에도 동일하게 느끼는 것을 보니.. 비단 재택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 내 시간을 최대한 압축적으로 활용해 일하고 싶다는 희망사항이 존재한다.

'스타트업'스러움

  • 개발과 관련된 스킬을 제외한 다른 스킬들이 발전할 기회를 놓쳤다.
    • 선택과 집중을 생각하며 선택한 길이기도 하고,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다른 스킬들을 사용하고 있지만서도 아쉬운 마음이 자주 들기도 한다.
  • 깊은 업무보다는 얕은 업무들을 진행하다 보니 실력에 대한 자기 의심이 심해졌다.
    • 업무가 챌린징하지 않고 데드라인도 여유로운지라 분명히 실력은 늘기는 하는데 그 실력의 성장이 가파르지 않은지라, '이 정도 시간과 노력이면 누구나 할 수 있어'로 생각의 흐름이 가는 듯 하다.
  • 동료들과 업무 외로도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그러지 못한다.

고민되고 불안한 점

  • 레주메에 데이터 엔지니어로써 일한 기간에 대한 설명을 어떻게 적어야 할지 모르겠다.
    • 회사에서 주로 사용한 언어는 SQL과 python. 주로 사용하는 프로그램은 Airflow와 AWX. 환경이 구축되어 있는 상태에서 개선 업무를 진행한지라, 프로그램을 이해했는가.. 라는 관점에서 대답이 어렵다. 이들에 대해 잘 '안다'고 대답하기 힘든 것 같다.
    • 진행한 프로젝트들이 팀 구성원들의 능률 향상을 위한 것이라 정량적으로 개선 포인트를 이야기하기 힘들고, 그 수치도 크지 않다.
    • 팀 내의 WF는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는데, 개선 업무가 대부분인지라 타 회사가 원하는 데이터 엔지니어 스킬 중 하나일 'WF 제작' 부분에 있어 내가 스킬을 갖추고 있지 않다.
  • 단기적으로는 여러 선택지 중 최선의 선택지를 선택했지만, 장기적인 목표 - 나는 앞으로 무엇을 이룰 것이다 - 가 없다 보니 목적성이 흔들릴 때가 잦다. 나는 이 일을 무엇을 위해 하는 것인가?

액션 플랜

  • 내 장기적인 목표를 세워보자.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고, 이를 위해 어떤 커리어를 밟아야 하는지?
  • 내 장점과 단점을 읊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 레주메를 한 번 작성해보자. 내가 회사에서 진행했던 업무들에 대한 객관적인 정리가 필요해.